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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번호 7번

"당신이 내 곁에 남아있어줬으면 해."

그는 얼핏 소년으로 보였다. 아니, 소년이었다. 21살의 나이는 결코 소년이라고 부를 수 없었음에도, 그를 보고서는 그런 생각을 했다. 조금은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작은 키라던가, 앳된, 어린아이같은 피부라던가. 근육이 없어 더 마르고 왜소해보이는 몸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근육 대신 자리를 차지한 약간의 살집, 천진해 보이는 웃음도

그를 소년으로 보이게 하는 데에 한몫했을 것이다.

 

분명히 꽤 공을 들여 관리했을 결 좋은 까만 머리가 찰랑이면, 역시 꽤 신중히 골랐을, 무슨 향인지 알 수 없는 시원하고 상큼한 샴푸냄새도 퍼졌다.

 

조금은 긴 듯한 느낌의 속눈썹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가 눈을 깜빡이면, 두가지 색을 가진 눈동자가 사라졌다가 보였다가를 반복했다.

 

이쯤되면, 유별나게 자신을 가꾼다는 느낌이 들었다. 멀리서보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게 생기지는 않았는데 본인이 열심히 가꿔온 탓인지 가까이서는 생각보다 눈에 띄는 소년이었다.

 

고생같은 것 해본 적 없는 듯한 매끄러운 손과, 반바지 아래로 보이는 자그만 흉터하나 없는 다리가 어쩐지 비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귀족적이지는 않지만 귀하게 자란 사람 특유의 자신감이 넘치는 그 소년 같은 남자는, 철저하게 온실속에서, 사랑받고 자라왔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름

 

데일리 플렘 / Daily Flem

 

나이

 

21

 

성별

 

 

 

153cm

 

몸무게

 

가벼움

 

성격

 

"아담하고 귀엽지 않아? 내가 아니면 누가 이 키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커버할 수 있겠어?"

흘러넘치는 자기애. 그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를 잊지 못한다.

 

그는 조금 이기적인 부분이 있었다. 아마 다른사람을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망설임없이 자신을 살리는 길을 선택하리라.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딱히 다른 사람이 중요하지 않다기보다는, 자신이 너무 소중한 쪽의 문제인게 분명해보였다. 그는 위험해보이는 일에는 가장 먼저 발을 뺐다. 그리고 언제나, 비슷한 말을 했다. 

"이렇게 이쁜 내 몸에 흠집이라도 나면 어떡해."

다른사람의 몸은 괜찮냐고, 웃기지 말라고 비웃어주고 싶었는데, 여지껏 흉터 하나 없이 유지되는 피부를 보고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말이 성립될 정도로, 그는 자신의 몸을 아꼈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선물은 무엇이든 기쁘게 받아주고, 잘못에 대한 사과 또한 쉽게 받아주었다. 자주 웃고, 발랄한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생긴 것만보고 얌전하고 조용한, 조금은 냉소적인 사람일거라 생각했는데, 착오였다. 일단 해맑게 웃을 줄부터 알았다. 가만히 있을 때의 분위기는 제 아버지의 영향이겠지.

 

처음에는 낯을 가려서 필요한 것이 있어도 그저 옷자락만 잡아당길 뿐이었는데, 며칠 곁에있자 금세 익숙해진 듯했다.

 

그는 사람을 좋아했다. 마냥 이기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부족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었다. 문제는 그게 충분하지 못하고 서툴러 실수하는 일도 잦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이기적이지만 까다롭지 않은, 정 많은 나르시스트. 내가 그에 대해 느낀 것은, 그러했다.

 

설정

 

1. 그는, 스킨십을 좋아한다.

그와 함께 지내면서 안아달라는 요청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만만해 보인걸지도 모른다. 맨 처음에 안아달라는 말 없이 무심코 안겨왔을 때, 쳐내지 않았더니 그 이후로는 뻔뻔하게, 당연한 듯이 팔을 벌렸다. 심지어 내가 먼저 안으라고. 한번은 사정이 있어 아예 안아올려 이동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도 너무 가벼워서 놀랐다. 놀라서 물었더니 근육이 별로 없어서 보이는 것보다도 가볍다고 했다. 들어 안아주는 것을 꽤 좋아하는 듯했지만, 쓸데없는 서비스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 이후로 다시 해주지는 않았다.

 

2. 그는, 운동을 싫어한다.

그 당시에, 근육이 얼마나 없으면 이정도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넌지시 운동을 권해봤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즉시 매몰차게 거절 당했다.

"근육같은거 필요 없어. 없어도 예쁘다니까, 나."

너무도 당당한 한마디에 신물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어떻게든 운동을 시켜보고자 하는 마음에, 근육말고 체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운동해보자, 라고 제안을 해보았다. 몇번이나 들어왔던 레파토리였는지, 아무런 딜레이없이 대답이 바로 튀어나왔다.

"법사는 체력 필요 없어."

마법사의 줄임인가, 뭐가 어찌 되었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무식한 소리였지만, 그렇게나 운동이 싫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이후로는 권하지 않았다.

 

3. 그는, 평균보다 체온이 낮다.

그는 모든 종류의 허그를 좋아했지만, 특히 감싸안아주는 것을 좋아했다. 왜 그렇게나 안아주는 것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단지, 그의 몸이 항상 조금 차가워서 보통의 사람들보다 다른사람의 체온이 더 포근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 그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식사시간은 언제가 되었건 똑같은 풍경이었다. 그는 참 대단하신 채식주의자라, 고기같은건 먹지 않았다. 알레르기가 있나, 라고 해서 관리인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도련님은 그런건 없으시댄다. 그냥 본인이 앞으로는 고기. 뭐가 문제야. 도저히 알 수가 없어 결국 직접 물어보았다.

"고기 먹을 수 있어. 근데 먹고나면 꼭 속이 개운하지가 않아서."

알러지같은 건 아니라는 건가. 불편할 뿐인데 고기를 포기한다는 건 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지만 제 몸을 그렇게나 끔찍하게 여기는 그라면 약간의 거북함에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그는, 게임을 즐겨한다.

그는 시간이 남으면 게임을 했다. 주로 닌텐도.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온라인 게임을 하더라도, 싱글플레이만 잔뜩 한다고 했다. 한번은 그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주로 마리오를 하는 것 같았다. 게임에 일가견이 없어서 어떤 시리즈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굉장한 실력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루종일 그것만 붙잡고 있길래 다른 게임은 안하냐고 물었더니, 동물의 숲이라는 것도 해본적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자그마하게 한숨을 쉬었다. 한숨은 처음 들어보는군.

"나, 성실하다거나 꼼꼼하지를 못해서, 심지어 인내심도 없어서, 온 마을이 라플레시아 밭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포기했어."

게임에서 졌다는 의미일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굉장히 부끄럽고 수치스러워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포인트가 이상하군. 그래도 처음보는 반응이 신선해서, 조금 놀려볼까 했는데 금방 다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돌연 귀찮게 하고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이것저것 말걸고, 시비를 걸어보았다. 처음에는 그냥 두더니, 갑자기 격렬한 반응이 돌아왔다.

"악 하지마 악 쿠파 악 제발 아 진짜 아.."

쿠파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은 사람이 이렇게 다급해 보이는건 처음이라서 더 신나게 방해했고, 결국 찬 물을 한바가지 뒤집어쓰고 그만뒀다. 명백하게 내 잘못이지만, 그래도 마법을 사용하는건 진짜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게임할 때 방해하지마."

명령조는 또 처음 들어보는군.

 

6. 그는, 동화책을 읽는다.

그는 주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그의 방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었다. 다 읽기는 한걸까. 의심이 드는 건 저 게임 폐인을 봤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새 내려놓고 퍼즐을 하고 있다. 콧노래 흥얼거리는 걸 보니 아마 마지막 단계까지 깨고 내려놓은 듯 하지만. 저런 사람이 이 많은 책들을 다 읽었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 아무 책이나 뽑아서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이 책은 무슨 내용이냐고. 바닥에 앉아서 퍼즐을 맞추던 그가 고개를 들어 내가 든 책을 확인하고는,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착하고 예쁜데 그것뿐인 사람이 왕자랑 결혼하는 이야기야. 아, 그것뿐이라고 하기에는.. 음.. 주인공은 한쪽은 맨발, 한쪽은 굽높은 유리구두를 신고 계단을 뛰어내려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젠장, 신데렐라구나. 이 책 말고, 하고 새로 뽑았더니 이번에는 인어공주가 나왔다. 내가 동화책을 연속해서 뽑자, 그가 나에게 안쓰럽다는 표정을 보였다.

"어릴 때 동화책이 집에 많이 없었어? 아님 어떤 사정이 있었던 거야? 괜찮아. 애초에 있으니까 이 시기에 마법사 곁에서 일하고 있는거 아니겠어. 이해해."

말을 마친 그는 날 보고 괜찮다는 듯이 해맑게 웃었고, 부정의 말을 내뱉으려는 나보다 더 빠르게, 앉은 자리를 일어나 내 옆의 책장으로 향했다. 일어나면서 맞추던 퍼즐이 망가져 버렸지만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거. 당신 좋아할 것 같아."

그가 뽑을 때마다 책이 하나하나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특이한 동화들 빼고는 당연히 다 읽어봤지만, 일단은 그가 날 위해 책을 뽑아줬다는 사실이 놀라워서, 아무것이나 집어서 열어보았다.

...맙소사, 그림책이었다. 근데 확실히 그림이 예쁘기는 했다. 빌어먹을. 아무거나 뽑은 것 처럼 마구 뽑았지만 진짜로 신경써서 뽑은 듯 했다. 어릴때 좋아했던 책들. 추억에 젖어 하나둘씩, 결국 다 읽었다. 비싸고 좋은 책인건 알겠더라.

뽑아준 책들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읽고나자 슬슬 궁금해졌다. 지금 저 책장엔 과연 성인이 읽을 법한 책이 꽂혀있을까.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몰래 책을 꺼내려고 손을 뻗었다. 책장의 모든 책을 몰래 열어보았지만, 진짜로 다 그림이 한가득이었다. 동화도, 3세, 5세, 7세용같은 어린이 동화만 가득이었다.

 

7. 그는, 양친의 사랑을 받는다.

그의 부모님은 꽤나 잘나가는 사람들이다. 아들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듯한 그 작자들은 둘다 바쁜 인간이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여전히 유아용 도서를 읽게 놔둘만큼 무관심한 인간들이 못되었다. 아버지 쪽은 나름대로 꽤 이름있는 생물학자다. 다큐멘터리에도 자주 등장하고 쨌든. 그만큼 바빠서 아들을 많이 만나지는 못하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빌 때마다 아들을 위한 것들을 준비했다. 근데도 그의 책장에는 영유아용 책밖에 없다. 어째서. 그의 아버지 정도면 충분히 연령대에 맞는 책을 준비해 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솔직히 알 것같은 느낌이기는 하다. 또 지가 싫다고 했겠지. 끔찍하게 아끼는 아들이 싫다고 했으니까 억지로 권고하지 못한게 분명하다. 아버지 쪽 못지않게, 그의 어머니 또한 유명한 배우다. 젊었던 시절 만큼은 아니어도 지금도 엄청나게 수요가 있는, 지금은 중년의 아름다운 여배우. 그리고 남편 못지않게 아들을 사랑한다. 분명히, 그런 그녀의 모습은 그가 유별나게 자신을 가꾸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8. 그는, 방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나는 그의 아버지 쪽에서 고용했는데, 요즘 마법사에 대한 악의가 하늘을 찌르니 아들이 위험하지 않게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들을 사랑하는 것같아도 그냥 이미지가 아닐까, 했었는데, 애타하는 모습이 진짜였다. 보디가드를 부탁받았지만 완전히 집 안에서 나가지를 않는 그를 보면, 그냥 보모를 들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사, 생각해보면 요즘같은 시기에, 이 넓은 집에, 하필이면 흑마법사인 아이 혼자 살게 하기에는 불안했을 것이다.

 

9. 그는, 아직도 동화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직도 동화적인 상상에 젖어있는 사람이었다. 동심, 이라고 좋게 말해주고 싶지만 내 눈에는 그저 철없어 보였다. 산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나참, 유치해서. 없다고 일갈했더니 날 가엾은 눈으로 봤다. 차라리 짜증을 내던가 하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10. 그는, 적응력이 좋다.

이러한 그가 유스터스로 가게되면, 힘들 것이다. 힘들겠지. 요즘같이 마법사 적대적인 세상에. 그래도 그라면 잘 겪어낼 것이다. 내가 왔을 때도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응해서 손 잡아달라 안아달라 난리였으니까, 괜찮을 것이다.설마 죽기야 하겠나.

 

선관

 

파티오르 뷘터

 

전 경호원. 누구와도 쉽게 정을 붙이는 데일리는 그와 헤어질 때 꽤나 아쉬워했다.

데일리는 그를 신실하고 굉장히 커다란 사람,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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